녹색당[논평] '따뜻한 나라'는 시혜로 주어지지 않는다

녹색당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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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나라’는 시혜로 주어지지 않는다

 

오늘 기획재정부는 총 639조 원의 2023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는 2022년 예산 대비 5.2% 증가한 것으로 2017년 이래 최소 증가율의 예산일 뿐만 아니라, 추경을 포함하면 6% 감소한 ‘긴축’ 예산이다. 예산안의 목표 자체가 재정 지출을 줄이고 국가채무를 50% 이내로 억제하는 것에 있다. 정부는 이 긴축예산을 소위 “건전재정으로 전환하면서도 해야 할 일은 하는 예산”이라 미화하고 있지만 과연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지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다. 올해의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 증가는 18조 원으로 작년 대비 9%의 증가율을 보인 반면, 2023년 동 분야 지출 증가는 8조9천억 원으로 4.1% 증가율에 불과하다. 일자리 예산은 아예 절대 규모가 2조 원 줄어들고, 그 중 청년일자리 예산 삭감분만 1조1천억 원에 달한다. 정부 직접 일자리지원은 축소하고 직업훈련 등 민간일자리 취업연계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하지만, 정부가 표방하는 “민간주도 역동적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재부는 예산안의 주요 목표로 “서민·사회적 약자 지원”을 들고 있다. 일단 기준중위소득을 2015년 도입 이후 최대폭(5.47%)으로 인상해 4인 기준 생계급여 지급액을 154만원에서 162만으로 상향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중위소득 결정방식 자체에 애초부터 문제가 있다. 올해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194.5만 원)은 통계청이 2019년에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1인 가구 소득의 중위값(254만 원)보다 60만원이나 적다. 기준중위소득 자체가 실질적인 중위값을 대변하지 못하니 5.47% 인상의 수치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 와중에 물가는 치솟고 있다. 2022년 7월 생활물가지수는 2020년 대비 10.91% 상승했고, 특히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4.4%나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지하·쪽방 융자 대책, 한부모 가정 지원액 상향, 청년 자립수당 10만 원 증액 등의 세부안은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전체 예산안 자체를 긴축해 놓고, 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을 웃돈다는 식의 정부 홍보에 속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2021년 1조522억 원에 달했던 지역화폐는 중앙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해서 지자체 부담으로 떠넘겨 버렸다. 태양광 예산도 크게 삭감했는데, 이로써 정부의 핵발전 기조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녹색금융을 3.8조 원에서 9.4조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배출권 할당기업 등의 공정전환 지원”이라 되어 있는 것의 용도가 무엇일지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상황에서 그 의의가 더 커진 농림·수산·식품 예산 증가율은 2.4%인데 모든 분야 중 최하위이다. 문재인 정부의 먹거리 경시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기획재정부 보도자료는 “따뜻한 나라”라는 말로 시작된다. 과연 내년에 대한민국 국민이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까? 따뜻함은 특권층과 가진자들의 정부가 거저 주는 시혜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목소리로 우리의 삶을 위한 방향을 직접 가리키고 우리의 힘으로 우리 삶의 환경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을 때, 함께 공생하고 번영할 수 있는 그 온기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당은 그 길에서 함께 싸울 것이다.  

 

2022년 8월 30일 

녹색당